여름 저녁, 숫자에서 잠시 물러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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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껐다. 하루 종일 오르내리던 숫자들이 사라지고, 창밖으로 노을이 번진다. 오늘도 시장은 시장대로 흘렀고, 나는 나대로 하루를 살았다.

오십을 넘기고 나니, 조바심이 줄었다. 젊을 때는 하루의 등락에 마음이 함께 출렁였는데, 이제는 안다. 하루는 그저 하루일 뿐이고, 계절은 계절대로 천천히 바뀐다는 것을. 매미 소리가 어느새 저녁 바람에 섞인다.

아내가 저녁을 차리는 소리,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의 서늘함, 베란다에 앉아 마시는 미지근한 보리차 한 잔. 이런 것들은 어떤 지표에도 나오지 않지만, 하루를 지탱하는 진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또 화면을 켜고 숫자들과 마주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 저녁만큼은, 숫자에서 한 발 물러나 이 여름 저녁의 고요함을 그냥 누리기로 한다. 멀리 보고 천천히 가는 사람에게, 하루의 소란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라, 여름 저녁에 적은 짧은 소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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